동북아역사재단 NORTHEAST ASIAN HISTORY FOUNDATION 로고 동북아역사재단 NORTHEAST ASIAN HISTORY FOUNDATION 로고 뉴스레터

NAHF 소식
역사의 길을 따라, 울릉도에서 독도까지

이번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주최한 ‘독도지킴이학교’ 프로그램인 울릉도·독도 안보 답사는 단순한 현장 견학이 아닌, 울릉도 검찰사 이규원의 검찰 행로를 따라가며, 지역 내의 역사적 흔적을 직접 확인하는 주제 기반의 체험형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매우 인상 깊었다. 러일전쟁과 같은 근대사의 흐름 속에서 중요 지점을 방문하며 역사적 사건과 인물에 대해 배우고, 울릉도와 독도의 지리적·안보적 중요성을 이해하는 귀한 시간이었다.

 

image.png

배에서 바라본 독도. 홍예은 촬영(2025.5.30.)

 

검찰사 이규원의 발자취를 따라서

답사는 이규원이 1882년 검찰사로서 울릉도를 조사하며 그가 거쳐 간 주요 장소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이와 함께 여러 박물관·기념관에서 전문해설사분의 설명과 함께 울릉도·독도의 역사적·지리적 가치를 짚어보았는데, 각 장소가 지닌 배경과 의미를 쉽게 이해하고 관련 지식을 함양할 수 있었다.

첫 방문지는 ‘해저케이블 육양지점’이었다. 케이블의 흔적은 일본과 러시아를 잇던 통신망이 울릉도 해역을 통과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당시 일본과 우리나라의 정세나 관계 등을 짐작해 볼 수 있었다.

 

image.png

해저케이블 육양지점(홍예은 촬영, 2025.5.29.)

 

학포에 위치한 ‘임오명각석문(壬午銘刻石文)’은 이규원이 울릉도를 실사하며 바위에 새긴 글씨인데, 그 자체가 조선의 울릉도 개척 의지를 보여주는 흔적이다. 또한, ‘산왕각’은 산신제를 지냈던 곳으로 여기서는 울릉도의 전통신앙과 문화를 엿볼 수 있었다.

 

image.png

임오명각석문(홍예은 촬영, 2025.5.29.)

 

산왕각

산왕각(홍예은 촬영, 2025.5.29.)

 

태하리에 위치한 ‘광서명각석문(光緖銘刻石文)’에는 흉년의 위기를 겪은 주민들을 지원해 준 데 대한 감사의 글이 새겨져 있다. 이 지역을 위해 희생하고 도운 이름 모를 많은 이들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광서명각석문

광서명각석문(홍예은 촬영, 2025.5.29.)

 

 

‘현포고분군’에서는 울릉도 고유의 고분양식을 알 수 있었는데, 직접 공간을 체험해 보며 역사와 마주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울릉도의 자연환경이 고스란히 담긴 나리분지의 신령수길을 따라 걸으며 이곳 주민들이 일군 삶의 터전을 간접적으로 체험했다. 한없이 귀중한 삶의 공간에서 수많은 침탈을 견뎌낸 주민들이 얼마나 고되었을지 잠시 짐작해 보았다.

러일전쟁 시기에 일본이 설치한 망루에 올라 이곳이 단순한 섬이 아닌 전략적 요충지였음을 깨달았고, 현재와 미래의 우리 영토를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고 굳게 다짐하였다.

‘수토역사전시관’에서는 수토관들의 수토 행적을 살펴보았는데, 수토정책은 백성과 영토를 지키기 위한 국방정책의 일환이라는 설명이 내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아름다운 땅, 독도

독도에 입도하기 전 박물관 방문 등을 통하여 독도와 관련된 많은 지식을 함양할 수 있었다. ‘독도의용수비대기념관’에서는 계속되는 일본의 침탈과 횡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독도의용수비대의 노력이 생생히 전달되었다.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에서는 이미 멸종된 독도의 바다사자인 강치나 대황 등 평소에 알지 못했던 귀한 자원이 있는 독도의 생태학적 가치를 깨달았다. 마지막 날 방문한 ‘독도박물관’에서는 독도 수호에 기여한 또 다른 인물, 독도 해녀에 대한 설명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해녀들이 지속적으로 어업활동을 하였기에 일본의 실효적인 독도 지배가 어려웠고, 영토 수호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았다.

무엇보다 답사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동도에 직접 발을 디뎠을 때다. 운 좋게도 맑은 날씨에 답사할 수 있게 되어 독도를 밟을 수 있다는 기쁨에 출발 전부터 가슴이 뛰었다. 찰나의 시간이었지만 동도에 도착했을 때, 이 땅이 ‘우리가 실제로 지키는 우리의 영토’라는 것이 온몸으로 느껴졌고, 독도의 역사와 주권이 실제로 구현되는 공간에 서 있다는 것만으로 큰 책임감과 깊은 울림을 느꼈다. 먼 바닷길을 헤치고 만난 동도와 서도의 모습은 자연의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이렇게 아름다운 땅인 독도를 밟을 수 있는 것은, 그동안 이 지역을 위해 헌신하고 싸운 수많은 이들의 노력 때문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 귀한 시간이었다.


체험을 통한 교육의 중요성

이번 프로그램은 여러 번의 강의식 교육보다 한 번의 직접적인 현장체험이 훨씬 강력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직접 보고, 듣고, 느끼는 활동을 통해 우리 영토에 대한 올바른 역사관, 안보관, 정신전력을 동시에 함양할 수 있는 짜임새 있는 답사였다. 더불어, 적절한 해설과 사료, 시청각 자료 등이 조화를 이뤄 실질적인 이해도를 높였다.

이번 역사 체험을 통해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고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특히 영토주권의식을 실제 체험을 통해 체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안보를 최전선에서 지키는 우리 장병들에게 강력한 주권의식과 자긍심을 심어주는 데 매우 효과적이며, 교육적 가치 또한 높은 프로그램이라고 판단하였다. 울릉도에서 독도까지의 여정은 역사를 되새기고, 오늘날 영토 주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이러한 유의미한 프로그램이 더욱 확대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