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국가 상징이자 한국 근현대사의 중요한 장면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인공, 바로 태극기다. 1883년 국기로 공식 선포된 태극기는 이후 140여 년의 세월 동안 우리 곁에서 우리의 역사를 줄곧 지켜봐 왔다. 환희와 슬픔, 고통과 극복의 순간을 태극기를 통해 공유했고, 그런 기억과 감정을 통해 태극기는 우리를 하나로 이어주는 정서적인 매개체가 되었기에 자연스럽게 우리의 상징이 되었다.
광복 80년, 그리고 태극기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서소문길과 시청을 거쳐 경복궁을 향해 걷다 보면 어느새 광화문 광장에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만날 수 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는 대한민국 근현대사 속 다양한 주제를 선정하여 특별전시를 하고 있다.
광복 80주년 기념 특별전 <태극기, 함께해 온 나날들>을 8월 8일(금)~11월 16일(일)까지 개최한다. 전시에는 역사의 격랑 속에서도 언제나 그 여정을 함께해 온 태극기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다. 이번 광복 80주년 기념 특별전을 동북아역사재단뉴스 독자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한다.
태극기, 근대국가의 시작을 알리다
1883년 조선은 태극기를 공식 국기로 선포하였다. 『고종실록』의 기록에 따르면 외교와 통상 사무를 담당하는 통리교섭통상사무아문에서 주청하였고, 고종은 이를 윤허하면서 태극기는 우리의 국기가 되었다.
당시에 사용되었던 초기 태극기의 모습은 미국 해군성이 1882년 출판한 『해양국가들의 깃발(Flags of Maritime Nations)』에서 볼 수 있다. 태극기는 세계 각국과 통상조약을 맺는 자리나 만국박람회 등 국가를 대표하는 공간에서 사용되었다. 조선과 대한제국은 외교를 통해 자주국가로서의 의지를 드러내며 열강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자 하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 태극기는 국제사회에서 대한의 독자성을 알리는 시각적 상징물로 활용되었다. 국내에서도 태극기는 국가 행사나 각종 집회, 출판물에 이르기까지 한국이나 한국인을 대표하는 상징으로 점점 퍼져 나갔다.
『해양국가들의 깃발』에 있는 태극기(대한민국역사박물관 소장)
독립의 희망을 품고
1910년, 나라를 잃고 태극기 사용도 금지되었다. 하지만 희망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은 언젠가 올 광복의 그날을 기다리며 태극기를 지켜내고자 했다. 그래서 각자 일제의 눈을 피해 집안 깊숙한 곳이나 사찰의 불단 속, 그리고 품속에 태극기를 숨겼다. 1919년 3·1운동으로 독립의 불씨는 되살아났고, 모두의 목소리는 태극기에 담겨 전해졌다.
태극기와 함께 기미독립선언서 전문이 실린 『독립신문 상해판』 1920년 3월 1일 자(대한민국역사박물관 소장)
귀향, 우리 곁으로
1945년 8월 15일 광복을 맞아 전국 곳곳에 태극기가 다시 게양되었다. 고국을 떠나 해외 각지에 흩어졌던 사람들도 돌아오게 되었다. 해외동포뿐 아니라 각지에 흩어졌던 태극기도 다양한 사연을 품고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대한민국 임시의정원에서 사용한 태극기, 일본에게 빼앗겼던 태극기, 고종의 당부를 담은 태극기, 3·1운동 당시 학교에 게양되었던 태극기까지 다시 우리에게로 돌아왔다.
우리 곁으로 돌아온 태극기 가운데 대한민국 임시의정원에서 사용한 태극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태극기는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의장 등을 역임한 김붕준과 그의 아내 노영재가 제작했다. 밤을 새워 한 땀 한 땀 바느질해 만들었다고 전하는 이 태극기는 1987년 노영재 여사가 직접 장롱 속 깊숙한 곳에 고이 보관했던 태극기를 공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대한민국 임시의정원 태극기(대한민국역사박물관 소장)
흰 바탕에 마음을 담다
세월이 흘러도 우리의 기억 한편에는 변함없이 태극기가 자리하고 있다. 기쁨과 슬픔, 좌절과 희망의 기억이 빼곡하게 새겨진 태극기에는 광복을 바란 우리의 염원과 연대와 희생으로 지켜낸 보편적 가치가 모두 담겨 있다. 시대마다 새로운 도전 앞에 선 우리는 태극기를 들고 서로를 응원했고, 모두의 응원을 담은 태극기는 용기와 방향을 제시해 주었으며, 이를 통해 우리는 한계를 극복해 나갔다.
이처럼 이번 전시에서는 광복 80년 동안 흰 바탕의 태극기에 담긴 염원, 예우, 연대, 도전, 극복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광복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은 ‘조선독립군가’와 예우의 의미를 담은 ‘무운장구 태극기’도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태극기가 그려진 조선독립군가(대한민국역사박물관 소장)
무운장구 태극기(대한민국역사박물관 소장)
함께해 온 모두의 추억을 모아
1945년 8월 15일, 사람들은 가장 특별한 하루를 맞이했다. 그날의 태극기는 많은 사람의 마음에 깊이 새겨져 평생을 함께했을 것이다. 우리는 가정과 학교, 크고 작은 기념일에 태극기와 늘 함께해 왔다는 것을 잊고 지내왔을지도 모른다. 태극기와 함께해 온 과거부터 현재까지 우리 모두의 소소하지만 위대한 추억을 모으면 역사가 보인다. 그 속에서 태극기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된다.
광복 10주년 기념 경축 국기함(대한민국역사박물관 소장)
‘귀하고 귀한’ 우리의 태극기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광복 80주년 기념 특별전 <태극기, 함께해 온 나날들>에서는 우리를 하나로 이어주는 매개체인 태극기, 그 속에 담긴 공동의 기억과 감정에 주목하려고 한다. 분명한 것은 시대를 넘어 과거와 현재, 미래의 우리에게 태극기는 언제나 ‘귀하고 귀한’ 우리의 태극기이다. 이번 광복절에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찾아 태극기와 함께해 온 우리의 나날들을 되짚어보고, 광복 80년을 넘어 앞으로의 미래를 함께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