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역사재단, 『일본의 동남아시아 지배, 충격과 유산』발간
국내 최초로 일본점령기 동남아시아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한 연구서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박지향)은 연구총서 『일본의 동남아시아 지배, 충격과 유산』을 발간했다. 이 책은 한국 학계에서 처음으로 일본점령기 동남아시아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도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동남아시아 연구의 세계적인 석학 고토 겐이치(後藤乾一)를 필두로 한국사, 일본사, 중국사, 프랑스사, 베트남사, 사회학 등 각 분야의 연구자가 일본점령기 동남아시아를 다양한 주제로 분석했다. 동남아시아는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서구 제국주의 국가의 지배를 받아왔으며, 일본 점령기는 3년 반에 불과하다. 따라서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조차 이 시기에 대한 연구 성과가 적고, 한국 학계에서는 불모지에 가까웠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접학문 연구자들이 자신의 연구 영역을 한 뼘씩 확장해 가면서 일궈낸 성과이기에 더욱 의의가 크다.
이 책은 총 9편의 논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일본의 동남아시아 각국에 대한 지배정책의 차이를 ‘대동아공영권’의 위계와 질서라는 관점에서 고찰하는 논문과 중일전쟁 이후 일본 정부가 발간한 프로파간다 저널 『사진주보』에서 동남아시아 관련 기사를 총망라하여 분석한 글이 전체를 여는 서론에 해당한다. 그리고 자원 동원과 금융 재편의 관점에서 동남아시아에 대한 일본의 경제적 침탈, 버마와 필리핀 지배정책 특징, 베트남의 친일정권 성립과 붕괴, 인도네시아 독립 과정 등 국가별 사례를 담았다. 또한 남양군도의 조선인 노무자 강제동원 문제와 전후 전범재판에서 일본의 동남아시아 침략이 어떻게 심판받았는지를 분석했다.
전후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재지배를 시도하는 구 서구제국주의 국가들과 정치교섭 또는 해방전쟁을 통해 독립을 쟁취했으며, 일본과는 ‘역무(役務)’라는 형태로 점령기의 피해를 보상받았다. 일본점령기의 정치와 문화, 경제가 동남아시아에 남긴 흔적은 아직도 동남아시아인들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러한 유산은 동북아시아의 식민지 잔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어느덧 광복 80주년을 맞는 2025년의 오늘, 이 책은 한국인들에게 많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 책은 단지 일본의 동남아시아 지배라는 지역적 특수성뿐 아니라 일본의 동아시아 침략과 지배, 통치정책의 보편성과 연결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이 한국 근현대사를 연구하는 학계와 일반 독자 모두에게 널리 읽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