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뉴얼 재개관, 일본 영토·주권전시관 방문기-
지난 4월, 일본의 영토·주권전시관이 리모델링 후 재개관하였다. 리뉴얼 이전에 방문했던 임시 순회 전시관에서는 텍스트 중심의 전시 패널과 박제된 독도 강치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2024년 일본 시마네현의 소위 ‘죽도의 날(竹島の日)’ 행사에서 일본 자민당 중의원이 “영토·주권전시관에 대한 100억 원 투입”을 공언한 이후 리뉴얼된 것이다. 재개관한 전시공간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답사를 나섰다.
홍보와 교육 기능을 강화한 영토·주권전시관
일본 영토·주권전시관은 일본 내각관방 영토·주권대책기획조정실에서 운영하는 국립 전시시설로, 2018년 1월 도쿄 히비야공원(日比谷公園) 내에 약 100㎡ 규모로 개관하였다. 하지만 관람객의 접근성이 낮아, 2020년에 일본 국회·법원·행정부처가 밀집한 지역으로 이전했고, 전시관 규모도 7배나 확장하였다. 이후 젊은 세대를 겨냥한 홍보 및 교육 기능을 강화하는 리뉴얼 사업을 진행하였고, 2025년 4월 18일에 재개관하였다.
4월 23일 12시 30분경에 영토·주권전시관을 방문했다. 평일인 데다 비 오는 날씨 탓인지 관람객은 많지 않았다. 전시장 입구에는 영토·주권전시관이 만들어진 이유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영상이 펼쳐졌다. 영상에서는 독도는 물론 남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 센카쿠제도(중국명 ‘댜오위다오’)가 모두 일본의 고유 영토이며, 독도와 남쿠릴열도는 “다른 나라에 불법 점거되어 현실적으로 주권의 일부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곳”이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영토·주권전시관 내부 전경(2025년 4월 23일 필자 촬영)
실감 영상 콘텐츠를 활용한 ‘체험형 전시’
이번 리뉴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기존의 ‘읽는 전시’에서 ‘체험 전시’로의 전환이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겨냥하여 지루하지 않도록 구성한 흔적이 곳곳에서 보였다. 전시관은 주제별로 내용을 알기 쉽게 영상으로 제작하였는데, 히스토리월에서는 대형 스크린 3대를 이용해 각 섬의 역사적 경위를 담은 애니메이션 영상을 상영하였다. 일본 정부의 주장을 단순화하고 여러 매체를 통해 반복적으로 강조함으로써 관람객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시를 구성하였다.
‘히스토리월’ 독도 애니메이션 영상(2025년 4월 23일 필자 촬영)
특히 ‘이머시브 시어터(Immersive Theater)’에서는 입구를 제외한 3면의 벽과 천장·바닥까지 모두 5면에 걸쳐 프로젝터로 영상을 투사하여 관람객이 실제 섬에 있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영상은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쿠릴열도, 독도, 센카쿠제도 순으로 배치하였으며, 독도 관련 영상은 2분 정도 상영하였다.
‘이머시브 시어터’ 독도 영상(2025년 4월 23일 필자 촬영)
독도 영상은 독도의 전경과 일출 장면으로 시작하고, 다양한 각도에서 컴퓨터그래픽(CG) 으로 재현한 독도의 모습을 보여준다. 독립문바위 사이로 날아다니는 괭이갈매기, 천장굴 안에서 하늘을 보는 장면, 바닷속에서 헤엄치는 독도 강치 모습 등을 통해 마치 실제 독도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려는 의도를 읽을 수 있었다.
영상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동도 앞에 임시 거처가 그려져 있다는 것이었다. 현재 독도 동도 앞 몽돌해변에는 사람이 머물 수 있는 숙소가 없다. 영토·주권전시관에서는 독도의 현재 모습이 아닌, 과거 독도 침탈 당시 일본 어민들이 독도에서 독도 강치를 포획하던 시기의 모습을 구현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이러한 실감 영상 체험을 통해 어린 세대에게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왜곡된 인식을 심어 주고, 독도에 대한 정서적 애정까지 형성하려고 하고 있었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역사적 진실
독도 관련 전시 패널 내용을 살펴보면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다. 첫째, 17세기 에도시대에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확립하였으며 둘째, 1905년 독도를 시마네현에 편입하면서 영유 의사를 재확인하였고, 셋째,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을 통해 일본이 독도를 보유하게 되었으나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것이다.
독도 전시 패널과 박제된 독도 강치(2025년 4월 23일 필자 촬영)
그러나 우리는 일본의 표면적인 주장 뒤에서 전혀 다른 역사적 진실을 만나게 된다. 일본은 러일전쟁 시기 독도를 군사적으로 중요한 요충지로 간주하여 망루 설치 계획을 세웠으며, 러일전쟁 중 독도를 불법적으로 편입하였다. 독도는 일본 제국주의의 첫 번째 희생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영토·주권전시관에서는 러일전쟁과 관련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독도에서 강치 사냥이 활발히 이루어졌다는 점을 독도 영유권의 증거로 내세우며, 이를 일본이 독도를 편입한 이유라고 설명한다. 독도 강치 멸종이 무분별한 독도 강치 남획의 결과인데도 그 책임을 회피한 채, 독도 영유권의 근거로만 사용하고 있다.
또한 일본 메이지 정부의 국가 최고기관인 태정관이 1877년 ‘죽도(울릉도) 외 일도(독도)’는 일본과 관계없다고 명시한 ‘태정관 지령(太政官指令)’에 대한 설명도 찾아볼 수 없다. 일본 정부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자료는 배제하고, 유리하게 보일 수 있는 자료만을 의도적으로 부각시켜 독도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만들고 있다.
영토·주권전시관 대응을 위한 우리의 과제
4월 26일 토요일, 영토‧주권전시관을 다시 방문했다. 23일과 마찬가지로 관람객은 많지 않았다. 관람객 대부분은 성인 남성이었고, 가족 단위 관람객도 볼 수 있었다. 특히 아빠와 두 딸이 함께 온 가족이 ‘이머시브 시어터’에서 실감 영상을 체험하고, 독도가 일본 영토로 포함된 영토 퍼즐 게임을 즐겁게 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어린이 체험 코너’ 대형 영토 퍼즐(2025년 4월 26일 필자 촬영)
리뉴얼된 전시관은 예산 대비 콘텐츠의 다양성은 다소 부족하지만, 학생 대상 교육에는 활용이 가능해 보인다. 전시관 1층에서 일본 영토에 대한 해설을 듣고, 영상 콘텐츠 관람 후 2층 영상실에서 체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다만 전시관의 공간 제약으로 인해 한 번에 교육 가능한 학생 수는 최대 30여 명 정도로 추산된다. 한편, 전시관 측은 올해 하반기에 디지털 지도, 3면 스크린 극장 설치 등 추가 체험 콘텐츠를 별도의 공간에 리뉴얼할 계획이라고 안내하였다. 1905년 일본의 독도 침탈 이후 120년 되는 해에 이루어진 영토·주권전시관의 확장은 독도 영유권 주장을 지속적으로 홍보하려는 일본 정부의 의도를 분명히 보여준다. 이는 한일 학생 간의 역사 인식 차이를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일본의 지속적인 독도 침탈에 대응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독도체험관 관람객이 독도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더 철저히 준비하고, 정확하게 전달해야겠다고 다짐하였다. 물론 실제로 독도를 방문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독도에 가지 않더라도 우리 독도체험관을 통해 마치 독도를 탐방한 듯한 생생한 독도 해설을 제공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 이를 통해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우리 청소년들이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이번 영토·주권전시관 답사를 통해 느낀 현장의 분위기와 전시 내용을 잘 정리해서 우리 체험관을 방문한 학생들이 독도를 다각적으로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더불어 독도에 대한 한일 간의 역사 인식 차이를 극복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더욱 치열하게 고민하고 이를 현장에 적용해 나가야겠다.
동북아역사재단이 창작한 '일본 역사 왜곡 현장에서 독도 수호를 다짐하다'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