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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회의 참가기
역사를 공유하여 교류의 기회를 열다
  • 이동욱 한중연구소 연구위원

- ‘동아시아와 제2차 세계대전’ 학술회의 참가기 -

 

올해 4월 4일 재단 대회의실에서는 ‘동아시아와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주제로 국제학술회의가 개최되었다. 이 행사는 작년 재단과 산둥대학교가 체결한 학술교류협력 MOU에 따른 것이다. 양측은 1년에 한 번씩 돌아가며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하고, 소장 학자 위주로 단기 방문학자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로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첫 번째 학술회의가 2024년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威海)에서 ‘지정학적 시야에서 본 근대 동아시아의 국제전쟁과 역사기억’을 주제로 열렸고, 이번이 두 번째 공동주최 학술회의였다. 이 자리는 최근 다소 침체되었던 한중 학술교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양국 간 상호 이해를 심화하는 뜻깊은 교유의 현장이었다.

 

단체사진

학술회의 참가자 단체 사진

 

2025년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이자 한국 광복 80주년, 중국 항일전쟁(중일전쟁) 승리 80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해이다. 이번 학술회의는 이를 계기로 삼아 일본의 식민지배와 군사적 침략, 항일운동이라는 한중 양국이 공유하는 근대사의 접점을 토대로 상호 이해를 증진하여 미래 협력을 위한 새로운 지평을 열자는 취지로 기획되었다.

이번 학술회의에서는 양국 학계의 소장 학자를 주축으로 하고, 시니어 연구자들이 균형을 잡아주며 풍성한 논의를 펼쳤다. 회의에서 발표된 주제는 크게 두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었다.

첫째, 제2차 세계대전 직전의 국제관계와 외교교섭에 관한 세 편의 글이 발표되었다. 안재익 재단 연구위원은 미국과 일본의 만주국 지위에 대한 교섭에서 미국의 태도가 일본의 아시아태평양전쟁 개전 결심에 미친 영향을 분석했다. 장샤오위(張曉宇) 연구원은 톈진의 영국조계 내에서 반일 행위로 기소된 중국인 피의자의 인도 문제를 통하여 아시아태평양전쟁 직전 영일관계의 맥락을 살펴보았다. 탄쉐차오(譚學超) 강사는 스탈린시대 소련의 대일외교전략을 분석하였다.

둘째, 전쟁 당시 또는 전쟁 이후의 역사기억과 현실정치의 문제를 다룬 다섯 편의 글이 발표되었다. 쉬창(徐暢) 교수는 중일전쟁 당시 일본군의 잔혹한 아동 학살에 대한 증언과 일본군이 아동에 호의적이었다는 증언이 공존하는 모순된 상황을 세심하게 분석하였다. 쿵융(孔勇) 교수는 중일전쟁 전기 국가 존망의 위기 속에서 300년 전 명 왕조의 멸망과 함께 자살한 비운의 황제 숭정제를 기념하는 행사가 유행하였던 사례를 분석하였다. 박정애 재단 연구위원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박영심 할머니의 고난했던 삶의 궤적을 추적하며, 그녀가 용기를 내어 피해 사실을 증언하고 동료들을 위해 헌신했던 ‘진실 찾기’의 여정을 감동적으로 전달하였다. 양지혜 대구교육대학교 교수는 일본 근대산업유산의 유네스코세계유산 등재 과정에서 불거진 역사인식의 문제를 제기하며, 강제동원의 역사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손장훈 재단 연구위원은 중국 항일전쟁의 중요한 전환점이었던 백단대전(百團大戰)에 대한 중국의 역사해석과 기억방식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은 한국과 중국이 공유하고 있는 역사이다. 두 나라의 국민은 원치 않은 전쟁의 희생자로서 일본군의 전쟁범죄와 식민지 강제동원 등 여전히 완전히 치유되지 못한 역사의 상흔을 공유하고 있다. 또한 함께 일본의 침략에 저항한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중국에서 활동했던 대한민국임시정부는 1941년 연합국의 편에 서서 일본에 선전포고를 하였고, 한국과 중국의 젊은이들이 함께 전선에서 일본군과 맞서 싸웠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광복과 중국의 중일전쟁 승리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이라는 세계사의 일부로서 두 나라가 공유한 역사이다.

전쟁의 종결은 한국의 광복과 중국의 지난한 항일전쟁의 승리를 의미했지만, 일본의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이 남긴 역사적 상처는 여전히 온전히 치유되지 못한 채 갈등의 요소로 남아있다. 또한 1945년 8월 15일의 종전은 한반도의 분단과 중국의 공산화, 한국전쟁과 냉전의 고착화라는, 전후 동아시아사의 전개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러한 요소들이 오늘날 동아시아의 국제관계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은 여러모로 기억하고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이번 학술회의는 회의 성격상 재단과 산둥대학교 소속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개최되었다. 발표자들은 한중관계가 아닌, 각자가 연구해온 영역 안에서 한일관계와 중일관계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다루었다. 서로에게 생소하고 새로울 수 있는 주제에 대한 열띤 토론과 자국의 자료와 연구네트워크를 소개해주겠다는 제안이 오갔다.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에 역사 갈등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공동의 역사에 대한 상호 이해와 협력, 교류를 통하여 학술의 지평을 넓히고 서로의 시야를 확대함으로써 역사 연구는 동아시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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