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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HF 소식
재단-산둥대학 방문학자 프로그램의 성과와 한계
  • 손장훈 한중연구소 연구위원
재단과 산둥대학의 방문학자 프로그램은 2024년 양 기관이 체결한 업무협약(MOU)을 바탕으로 2025년부터 시작되었다. 현재까지 재단 소속 연구자 3명과 산둥대학 소속 연구자 6명이 상대 기관을 방문하여, 짧게는 몇 주에서 길게는 두 달까지 체류하며 연구와 학술 발표와 현장 답사를 함께 해왔다.
 
이 프로그램은 한중 관계와 역사 문제를 둘러싼 긴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양국 연구자들이 직접 만나 서로의 연구 환경과 문제의식을 이해할 수 있는 안정적인 교류의 장을 마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공식적인 학술 행사가 아닌 일상적인 대화와 답사를 통해 서로 다른 역사 인식과 학문적 관심을 공유할 수 있었기에 중요한 성과다.
 
프로그램은 2년 차의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아직 사업의 역사가 길지는 않지만, 지난 2년의 경험은 향후 교류의 방향을 모색하는 데 적지 않은 시사점을 제공해주었다. 이 글에서는 그동안 재단이 거둔 성과를 돌아보는 한편, 한중 간 역사갈등과 양국 연구자들이 처한 제도적 환경에서 비롯된 한계도 함께 짚어보고자 한다.
 

지속 가능한 학술교류 기반의 구축과 역사 인식의 확장
 
재단이 지난 2년간 산둥대학과 방문학자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거둔 가장 중요한 성과는 한중 양국의 연구자들이 함께 연구하고 소통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한중 관계가 정치·외교적 상황에 따라 부침을 거듭하고 역사 문제를 둘러싼 갈등도 지속되는 가운데, 연구 기관과 대학 사이의 지속적인 인적 교류는 양국 학계의 소통을 유지하는 안정적인 통로로 기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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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에서 청 황제와 공자의 후손을 주제로 강연하는 산둥대학 방문학자 쿵용(孔勇)
 

산둥대학 방문학자들은 재단의 연구 환경과 소장 자료를 직접 경험하고, 한국 학계의 중국사 및 한중관계사 연구 동향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재단 연구자들 역시 산둥대학 방문을 통해 중국 학계의 최신 연구 흐름과 연구자들의 문제의식을 접함으로써 기존의 연구 시각을 확장할 수 있었다. 공식 발표와 세미나뿐 아니라 연구실에서 이루어진 비공식적인 대화, 연구 자료의 소개, 역사 현장에 대한 답사 등도 상호 이해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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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상 재단 사무총장과 산둥대학 방문학자 쿵용, 그리고 한중연구소 직원들
 

이러한 교류는 상대를 하나의 단일한 입장이나 추상적인 집단으로 인식하는 데서 벗어나, 개별 연구자의 관심과 학문적 문제의식, 그리고 그들이 처한 제도적 환경을 구체적으로 이해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역사 문제에 대한 양국의 인식 차이를 단순히 대립적인 입장의 차이로만 파악하기보다, 그러한 차이가 형성된 학술적·사회적 배경까지 함께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도 중요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방문학자 교류는 산둥대학과 동북아역사재단 두 기관 사이의 인적 교류에 머무르지 않고, 국내 유관 연구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그 외연을 확대하였다. 재단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원과 협력하여 산둥대학 방문학자들이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안정적으로 연구 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연구실과 숙소를 제공해왔다. 이러한 지원은 방문학자들이 단기간의 행사 참석에 그치지 않고 일정 기간 한국에 머물면서 자료를 수집하고, 국내 연구자들과 지속적으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방문학자들은 독립된 연구 공간을 활용하여 자신의 연구를 진행하는 한편, 고려대학교의 도서관과 연구시설을 이용하고 한국 학계의 연구 환경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방문학자들은 아세아문제연구원에서도 자신의 전공과 연구 성과를 소개하는 강연회를 개최하였다. 강연회에는 아세아문제연구원 소속 연구자와 고려대학교 교수와 학생뿐 아니라 재단 연구자들도 함께 참석하여 발표 내용에 관해 질의하고 토론하였다. 방문학자들은 동일한 주제를 서로 다른 학문적 배경과 문제의식을 지닌 연구자들에게 소개하고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발표회 이후에는 식사와 간담회 등 비교적 자유로운 형식의 교류도 이어져, 공식적인 강연만으로는 나누기 어려운 향후 한‧중 공동연구의 가능성, 학술행사와 인적 교류의 확대 방안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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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원 학자들과 산둥대학 방문학자 쿵용
 

이러한 협업은 방문학자 교류의 참여 범위를 산둥대학과 동북아역사재단이라는 두 기관에 한정하지 않고 고려대학교와 아세아문제연구원 구성원들에게까지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재단 연구자들이 아세아문제연구원의 학술행사에 함께 참여함으로써 기관별로 분산되어 있던 연구자들이 하나의 학술적 장에서 만나 논의를 이어갈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방문학자 프로그램은 대학과 연구 기관, 한국과 중국의 연구자들을 연결하는 다층적인 학술교류의 통로로 발전하였다. 이는 개별 연구자 사이의 관계 형성뿐 아니라 향후 공동학술회의, 자료 교환, 공동연구 등 보다 지속적인 기관 간 협력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성과라고 평가할 수 있다.
 
상호 교류의 성과가 반드시 단기간에 공동논문이나 공동저술의 형태로 나타난다는 보장은 없지만, 서로의 관심 영역을 확인하고 지속적으로 연락할 수 있는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것 자체가 그러한 성과로 연결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그런 점에서 지난 2년은 산둥대학과 재단이 상호 신뢰를 축적하고, 지속적인 협력을 위한 기초를 마련한 기간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역사갈등과 학술교류를 둘러싼 구조적 제약
 
방문학자 교류 프로그램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산둥대학 방문학자들은 재단에서 발표할 주제와 내용 선정에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였으며, 한중 간 역사갈등이나 민감한 정치적 쟁점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주제보다는 비교적 논쟁 가능성이 낮은 분야를 선택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재단이 발행하는 저널에 글을 기고해 달라는 요청에도 난색을 표했다. 
 
이러한 태도는 개별 연구자의 성향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재단은 연구 기관이지만 동시에 동북공정을 포함해 역사·영토 문제 등 동북아시아의 역사갈등에 대응하는 공공기관이기도 하다. 따라서 중국 연구자들에게 재단과의 공식적인 협력이나 재단 명의의 출판물에 글을 게재하는 일은 정치적·제도적 부담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재단 소속 연구자들이 중국에 입국하거나 현지에서 조사 활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곤란을 겪은 사례가 몇 차례나 있었다. 이와 같은 현실에서 중국인 방문학자들이 재단에서의 활동으로 인해 귀국 후 본인이나 소속기관에 예기치 않은 부담이 발생하지 않을지 우려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재단에서 어떠한 주제로 발표했는지, 누구와 교류했는지, 어떠한 내용의 글을 발표했는지가 향후 소속기관의 평가나 활동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발표문이나 기고문 같은 경우 개인적인 대화와 달리 공식적인 기록으로 남는다는 점에서 연구자들의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비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비교적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밝히더라도, 이를 재단이 발행하는 저널에 글로 남기거나 공개적인 발표로 전환하는 단계에서는 주제와 표현을 한층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그 결과 방문 기간 중 이루어진 풍부한 대화와 의견 교환이 공식적인 연구 성과나 출판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은 교류 프로그램의 딜레마를 보여준다. 상호 이해를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지만, 한중 간 역사갈등과 양국 연구자들이 처한 정치적·제도적 환경의 차이로 인해 실제로 논의할 수 있는 주제와 외부에 공개할 수 있는 내용에 일정한 한계가 있다. 특히 한국전쟁, 동북공정 등 재단이 주력하는 역사·영토 문제와 같은 주제는 비공식적인 의견 교환을 넘은 공동의 연구 주제로 발전시키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방문학자 교류 프로그램을 한층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소규모 간담회, 비공개 세미나 등으로부터 시작하여 민감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학술사, 지역사, 사회문화사의 분야에서 협력을 시작하고, 이를 토대로 점진적으로 공동 작업의 외연을 확대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다.
 
지난 2년의 경험은 한중 학술교류가 단순히 연구자를 초청하고 학술행사를 개최하는 것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양국 연구자들이 처한 정치적·제도적 조건과 역사 인식의 차이를 충분히 이해하고, 공식적인 성과와 비공식적인 신뢰 형성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모색해야 한다. 그 출발점으로서 서로 다른 역사적 기억과 현실 인식을 직접 확인하고 대화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재단과 산둥대학의 방문학자 교류는 유의미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