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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새 책
우리 문화의 표상 ‘백두산’을 국제사회에 알리다
  • 문상명 독도연구소 연구위원
-『우리 백두산: Our Mountain, Baekdusan』 사진집 소개-
 
『우리 백두산』은 필자가 2010년부터 16년에 걸쳐 백두산과 압록강·두만강 유역을 직접 답사하며 촬영한 사진을 중심으로 엮은 국·영문 사진집이다. 중국을 통해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는 백두산의 모습보다는, 안타깝게도 오늘날 우리가 쉽게 다가갈 수 없는 한반도 백두산의 풍경과 우리 민족의 삶과 기억을 전하고자 이 사진집을 출간하였다. 백두산 천지의 사계절부터 압록강과 두만강 최상류의 마을과 사람들의 삶의 모습, 그리고 백두산 고지도와 근대 탐사 사진에 담긴 옛 사람들의 기억까지 폭넓게 보여주며 백두산이 품고 있는 우리 역사와 문화를 세계에 전하고자 하는 마음을 이 사진집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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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백두산(Our Mountain, Baekdusan)』 
 

백두산 천지에서 압록강·두만강으로 
 
사진집은 모두 네 부분으로 구성했다. 프롤로그 「옛 지도 속의 백두산」에는 옛사람들이 바라보고, 오르고자 했던 백두산의 모습을 담은 고지도를 수록했다. 그들이 그린 백두산을 따라가며 우리 백두산에 깃든 오랜 역사와 문화를 느끼고, 오늘의 사진에 앞서 존재했던 ‘기억 속의 백두산’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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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람도형』 지도 중 함경도(출처: 서울역사박물관)
 

제1부 「백두산과 천지, 봄․여름․가을․겨울」은 백두산과 천지가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백두산은 같은 장소면서도 전혀 다른 표정을 드러낸다. 짙은 안개가 천지를 완전히 가렸다가 순간적으로 걷히고, 비가 쏟아진 뒤 거짓말처럼 맑은 하늘이 열리는 백두산의 변화무쌍한 자연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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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백두산 최고봉 장군봉에 떠오르는 태양
 

제2부 「압록강 따라 오르는 백두산」은 백두산에서 시작된 압록강을 따라 다시 천지로 올라가는 여정을 담았다. 본문의 내용은 <삼지연, 아름다운 백두산의 연못>을 시작으로 <압록강 전경과 뗏목>, <압록강 최상류권, 혜산진과 장백현>, <압록강 최상류, 천지 가는 길>로 이어진다. 삼지연과 혜산, 장백현을 비롯한 압록강 최상류의 풍경과 삶의 공간을 따라가며, 백두산에서 시작되어 강을 따라 이어져 온 사람들의 삶과 그 속에서 피어난 문화를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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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록강 상류의 뗏목
 

제3부 「두만강 따라 오르는 백두산」에서는 두만강의 발원지와 그 상류 지역을 따라 백두산으로 향한다. <백두산 등정의 시작, 두만강 상류의 도시 무산과 무봉>에서는 무산과 무봉 일대를 통해 백두산으로 이어지는 공간을 살펴보고, <경이로운 두만강의 시작>에서는 작은 물줄기로 태어나는 두만강의 모습을 담았다. 이어 <삼지연 광장을 지나 백두산으로>에서는 삼지연 일대에서 백두산으로 이어지는 한반도의 백두산을 보여준다. 우리가 자유롭게 찾아갈 수 없는 백두산 동쪽 지역을 사진으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부분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제4부 「자연을 가를 수 없는 경계」에서는 정치적 국경을 넘어 하나로 이어진 백두산의 자연을 보여주고자 했다. 오늘날 백두산은 중국과 북한의 경계로 나뉘어 있고, 우리는 중국 측 백두산에만 발을 디딜 수 있다. 그렇지만 산과 숲, 물길은 여전히 하나로 이어져 있다. 국경은 땅 위에 선을 그을 수 있어도, 자연과 그 안에 켜켜이 쌓인 역사와 기억까지 가를 수는 없다.
 
마지막 에필로그 「우리가 기억하는 근대시기 백두산」에서는 근대 백두산 탐사 사진을 모았다. 당시 일본인들이 산림·식생을 비롯한 백두산의 자원을 조사하고 활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탐사를 진행했다면, 한국인들에게 백두산 답사는 민족의 영토와 역사, 정체성을 확인하는 여정이라는 의미가 강했다. 같은 산을 바라보았지만, 그 산에 부여한 의미는 서로 달랐음을 사진과 역사 자료를 통해 보여준다.
 

16년 동안 만난 백두산
 
저자가 처음 백두산에 오른 것은 2010년이었다. 그전까지 머릿속으로 그려왔던 백두산은 실제 백두산의 크기와 웅장함을 따라가지 못했다. 차를 타고 한 시간 가까이 산을 올라 정상에서 처음 천지를 마주했을 때, 눈앞의 풍경은 말보다 먼저 탄성을 불러일으켰다. 그 뒤 여러 차례 백두산을 찾았다. 언제나 천지를 볼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짙은 안개 때문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날도 있었고, 비와 구름에 가려 정상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백두산의 변덕스러운 날씨는 때로 가장 극적인 풍경을 만들어냈다. 모든 것을 뒤덮었던 안개가 강한 바람 한 번에 걷히며 천지가 모습을 드러내고, 비가 내리던 하늘이 순식간에 열리는 순간을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16년에 걸쳐 축적된 시간이 이 사진집의 바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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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장군봉의 위상
 

백두산은 거대한 산인 만큼 거대한 물길을 만들었다. 압록강은 백두산에서 발원해 800여 km를 흘러 서해에 이르고, 두만강은 500여 km를 흘러 동해로 향한다. 송화강 역시 백두산에서 시작되어 중국 동북지역의 광대한 평원을 적신다. 이 강들은 단순한 자연지리가 아니다. 사람들은 강가에 마을을 만들고 농사를 지었으며, 강을 건너고 따라 이동하면서 삶과 역사를 이루었다. 백두산이 동북아시아의 여러 민족에게 중요한 산이었던 까닭도 여기에 있다. 숙신·말갈·여진·만주를 비롯한 여러 집단이 백두산 일대를 삶의 터전으로 삼았고, 백두산을 숭배와 경외의 대상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한국인에게 백두산은 특별히 깊은 역사적 의미를 지닌 공간이었다. 단군신화와 결부된 민족의 시원이며,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가 전개된 공간이었고, 조선시대에는 국토의 북방과 경계를 상징하는 성산으로 인식되었다. 근대 이후에는 일제강점기와 분단을 거치면서 독립과 민족, 통일의 염원이 투영된 상징적 공간이 되었다. 백두산은 자연경관인 동시에 역사와 영토, 민족적 기억이 중첩된 산이었다. 오랜 역사만큼 이름도 다양했다. 고대 문헌에는 불함산·도태산·태황산·태백산 등의 이름이 나타나며, 이후 백산·장백산·백두산이라는 이름이 사용되었다. 만주어의 ‘골민 샹기얀 알린(Golmin Šanggiyan Alin)’, 즉 ‘길고 흰 산’이라는 이름 역시 백두산을 둘러싼 다층적인 역사와 문화를 보여준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백두산
 
오늘날 백두산은 독특한 화산지형과 뛰어난 자연환경의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정작 한국인이 백두산 천지를 만나기 위해서는 대부분 중국 측의 북쪽·서쪽·남쪽 등정로를 이용해야 한다. 한반도에서 이어지는 북한 측 동쪽 등정로에는 자유롭게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결국 하나의 백두산을 온전히 오르는 것이 아니라, 국경과 분단에 의해 나뉜 백두산의 일부만을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 백두산』은 바로 이러한 현실에 대한 아쉬움에서 출발하였다. 오늘의 국경선을 기준으로 백두산을 나누어 바라보는 대신, 분단 이전 사람들이 오르내리던 산길과 백두산에서 발원한 압록강·두만강의 흐름을 따라 백두산을 하나의 연결된 자연·생활공간으로 보여주고자 했다.
 
최근 중국에서 백두산을 해석하는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이 사진집의 의미를 더해준다. 중국은 백두산을 자연보호와 관광개발의 대상으로 관리하는 데서 나아가, 금(金)·여진의 역사와 국가 제례가 축적된 공간으로 해석하고 이를 유적과 전시, 관광 콘텐츠를 통해 확산하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보마성(寶馬城) 유적, 즉 ‘장백산신묘유적(長白山神廟遺址)’이다. 중국은 이 유적을 1172년 금 세종이 백두산신을 ‘흥국영응왕(興國靈應王)’으로 책봉하고 국가 제례를 거행한 역사와 연결해 해석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백두산과 중국 왕조사의 관계를 청대보다 훨씬 앞선 금대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그 결과 백두산은 단순한 명산이나 자연유산을 넘어, 금 왕조가 산신을 책봉하고 국가적 제사를 행한 ‘왕조의 성산’이라는 의미로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우리 문화의 표상 ‘Our Mountain, Baekdusan​’을 국제사회에 알리다
 
『우리 백두산』은 본문과 사진 설명을 한국어와 영어로 함께 수록한 사진집이다. 국내 독자들이 백두산의 아름다움과 역사적 의미를 새롭게 되새기고, 나아가 외국인 독자와 국제사회에도 우리 백두산을 알리기 위함이다. 영문 제목 ‘Our Mountain, Baekdusan​’은 이런 의미를 담고 있다. 
 
오늘날 디지털 검색과 글로벌 플랫폼, 생성형 AI를 통해 지명과 역사 정보가 빠르게 생산되고 확산되는 시대에 어떤 이름과 역사서사가 어떤 언어로 기록되고 전해지는가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중국은 ‘창바이산(長白山)’이라는 명칭과 함께 금(金)·여진을 중심으로 재해석한 백두산의 역사서사를 국제사회에 확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반도의 역사와 문화, 오랜 기억을 품어온 ‘백두산’이라는 이름과 그 의미를 세계에 알리는 일은 곧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세계에 전하는 뜻깊은 일이라 할 수 있다.
 
이 한 권의 사진집에 백두산이 지닌 장엄한 아름다움을 온전히 담아낼 수 없어 마지막 편집을 하면서도 못내 아쉬움이 컸다. 그럼에도 독자들이 사진 한 장 한 장에 담긴 우리의 역사와 기억을 다시 마주하고 되새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