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역사포커스』16호(2026년 봄)-
17세기에서 답을 찾아보다
‘현재 우리는 어떤 시대에 살아가고 있을까?’
이번 『동북아역사포커스』의 첫 주제는 이 질문에서 출발했다. 이에 대해 『동북아역사포커스』 편집위원들은 오늘날의 세계를 평화의 시기가 아닌 혼란과 위기가 중첩된 시기로 인식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인공지능에 21세기의 위기가 무엇인지 질문한 결과, 인공지능은 오늘날을 ‘겹쳐진 위기(polycrisis)’의 시대로 규정하며, 기후위기, 국제질서 붕괴, 전쟁의 상시화, 민주주의의 후퇴, 사회적 신뢰의 약화 등을 그 핵심 요인으로 제시했다. 이는 인간과 기계 모두가 21세기를 불안정하고 혼란스러우며 복합적인 위기의 시대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역사 속에서도 이와 유사한 복합적 위기의 시기가 존재했을까?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은 제프리 파커(Geoffrey Parker)의 연구에서 찾을 수 있다. 파커에 따르면 17세기는 소빙기라는 기후 변화 속에서 전 세계가 기근, 전쟁, 반란, 국가 재정 위기를 동시에 겪은 ‘총체적 위기(Global Crisis)’의 시대였다. 자연환경의 변화는 사회·경제·정치적 불안을 연쇄적으로 증폭시키며 각 지역의 기존 질서를 근본적으로 흔들었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이번 포커스는 17세기 총체적 위기가 아시아와 유럽에서 각각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었으며, 어떠한 차이와 결과를 낳았는지를 비교·검토하고자 한다.
동시적 위기가 비동시적 결과를 만들다
지면이 제한된 관계로, 17세기 모든 국가와 지역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이번 호에서는 아시아 지역에서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을, 유럽 지역에서는 독일, 러시아, 영국을 중심으로 사례를 선정해 살펴보았다. 다소 개괄적으로 정리하자면, 17세기의 총체적 위기는 연구 대상 국가 전반에 걸쳐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위기에 대한 대응 방식과 그로 인한 영향은 국가와 지역에 따라 현저한 차이를 보였다.
예컨대 아시아의 경우, 중국에서는 명에서 청으로의 왕조 교체라는 급격한 정치 변동이 발생했으나, 같은 시기 한국·일본·베트남에서는 왕조 교체로까지 이어지는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유럽에서는 동일한 위기가 서로 다른 역사적 경로를 낳았다. 서유럽에서는 17세기의 위기가 근대 국가 형성과 사회 변동의 출발점으로 작용했다. 반면, 러시아에서는 전제주의 강화와 농노제 형성 등 서유럽식 근대화와 구별되는 발전 경로가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17세기 총체적 위기는 동시에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각 사회에서 비동시적이고 다른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로부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무엇인가? 그것은 무엇보다 ‘위기 그 자체보다도 위기의 인식과 대응’일 것이다.
21세기 위기에 대한 인식과 성찰
오슬로평화연구소(PRIO)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34개국에서 59건의 무력 분쟁이 발생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많은 분쟁이 기록되었다. 그러나 2024년에는 36개국에서 61건의 분쟁이 발생하며, 세계의 분쟁은 더욱 증가했다. 한편, 기후위기 관점에서 매년 여름마다 기상학자들은 최고기온이 기록될 가능성을 지적한다. 즉, 기후위기가 일상화가 되고 있다.
이번 포커스는 21세기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 해법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위기의 극복 방안이 아니고, 우리가 이미 복합적 위기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음을 인식하는 것에 방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17세기 총체적 위기라는 역사적 경험이 보여주듯, 위기는 그 자체보다도 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독자들이 오늘날의 위기 상황을 성찰하고 이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 위한 인식을 얻기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