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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 새 책
외국인을 위한 울릉도.독도 안내서 『Ulleungdo and Dokdo』
  • 김병렬 법학박사/국방대학교 명예교수
 
Ulleungdo and Dokdo
『Ulleungdo and Dokdo』(김병렬 저, 동북아역사재단, 2025)
 

울릉도의 외국인 방문객 증가
 
2001년도부터 울릉도에 거주하기 시작한 후로 가끔 외국인을 안내해 줄 수 있겠냐는 부탁을 관광회사로부터 받는다.
 
울릉도 관광은 거의 대부분 버스를 이용한 단체관광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말을 모르는 사람은 관광이라기보다는 고역에 가깝다. 그렇다고 외국인들이 택시를 이용하거나 렌트카를 이용한다는 것도 결코 쉽지 않아서, 큰마음 먹고 온 외국인의 입장에서 울릉도 관광은 보람보다는 후회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실 울릉도는 경치도 절경이지만 요소요소에 있는 바위나 나무, 암각문 등에 관련된 전설이 전국 어느 곳보다 많고 흥미롭다. 하지만 이런 전설은 그저 관광객의 말초신경만을 자극하기 위한 운전기사들의 질 낮은 설명 때문에 내국인이라 하더라도 별로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여건 때문에 외국인 대상 울릉도 안내 부탁을 받을 때마다 외국인을 위한 영문판 안내서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외국인 방문객을 위한 안내서
 
마침 재단으로부터 외국인을 위한 울릉도‧독도 안내서를 집필해 줄 수 없겠냐는 부탁을 2~3년 전에 받고 집필을 해준 적이 있는데, 관계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이제야 발간되었다.
 
이 책은 문자 그대로 외국인을 위한 관광 안내서이기 때문에 독도가 한국 땅이라고 하는 역사적인 근거나 국제법적인 근거는 거의 들어가 있지 않다. 그냥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을 설명하면서 전설이 있을 경우 이를 부연 설명하는 정도다. 외국인들이 영어로 된 관광 안내서를 들고 독도를 방문해서 사진을 찍으면 당연히 한국 땅이지, 역사적인 근거와 국제법적인 근거가 외국인들에게 무슨 흥미가 있을까 하는 관점에서 집필되었기 때문에 우리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책들과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내용은 기행문 형식으로, 외국인이 울릉도에 상륙해서 시내버스를 이용해 1일차, 2일차, 3일차 등으로 울릉도를 혼자 관광하면서 숙식을 하는 형식으로 꾸며져 있다. 내용의 많은 부분을 전설에 할애했는데, 전설도 서양인들의 사고방식에 보다 부합하는 쪽으로 기술하고자 노력했다. 사자바위 전설을 예로 들면, 이사부 장군이 우산국 사람들에게 겁을 주기 위해 나무사자를 만들어 배에 싣고 와 주민들의 항복을 받았다는 것도 물론 포함했지만, 사자바위가 왜 바닷가에 서 있을까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에 실린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사자바위 전설]

옛날에는 울릉도에도 여러 짐승들이 살고 있었다.
사자, 호랑이, 여우, 늑대, 너구리, 토끼, 오소리, 담비, 노루, 사슴 등… 짐승들은 한군데 모여서 놀기도 하고 놀다가는 서로 말다툼도 하였다.
모든 짐승들이 모여서 놀던 어느 날이었다. 수염이 허연 노인이 나타나더니,
“너희 짐승들은 모두 듣거라. 여기에 이대로 살면 며칠 못 가서 위태로운 변을 당할 터이니 하루바삐 다른 곳으로 피신을 하거라.”
하고는 어디론지 사라졌다.
 
이 노인이 사라지자 짐승들은 서로 수근거렸다.
“까짓거 노인이 무엇을 안다고.”
“아니야, 수염이 허연 걸 보면 예사 사람이 아니야.”
“눈 깜짝할 사이에 안 보이는 걸 보면 산신령이야.”
“예언대로 지켜야 해.”
“옳다.”
“아니다.”
“가자.”
“가지 말자.”
 
짐승들은 여러 갈래로 의견이 갈라져서 중구난방이다가 호랑이가 크게 부르짖으며,
“너희들은 그 모습을 봤지? 허연 그 수염이며, 태양 같은 눈매, 이마에서 나는 광채를 봤지? 바로 산신령이야. 피난을 가야 해.
그 어른은 거짓말을 모르는 어른이야. 모두가 안 가도 나는 갈거야.” 하니,
“나도.”
“나도.”
“나도.“
“저도.”
”우리도.“
하면서 호랑이를 따르는 짐승이 많았다. 

사자를 제외하고는 모든 짐승이 따르며 피난을 가겠다고 나섰다. 그런데 이때 사자가 일어서서 외쳤다.
“나는 안 갈 테야. 수만년 동안 살던 고향을 버리고 어디로 간다는 말입니까? 고향을 지켜야합니다. 고향을 지키자.
이 아름다운 산천을 두고 어디로 간단 말이오? 가면 누가 반겨주기라도 한답니까?”
“그러네요. 사자님의 말도 옳구먼.”
“말이야 옳지마는?”
“옳으면 옳은 대로 실행하면 되는 거지.”
“그렇지마는”
“그렇지마는 어쩌자는 거야?”
 
또 다시 두 갈래로 의견이 갈렸다.
호랑이도 마침내 
“사자의 말이 옳기야 백번 옳지.” 하였다.
“그러면 이렇게 있을 것이 아니라 이 섬을 죽기로 작정하고 지키고 있습시다.”
“그럽시다.”
“옳소.”
 
이리하여 짐승들은 이 섬을 떠나지 않기로 하였다. 그러나 마음 약한 짐승들은 시간이 조금 지나자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있다가 몰살을 당할라.”
“산신령님 말을 듣는 게 옳아.”
“죽어도 같이 죽자.”
“하늘이 알 일이지.”
 
그러던 어느 날 다시 수염이 허연 노인이 나타나더니,
“너희들은 왜 이렇게 고집만 부리고 있느냐? 어서 피난을 해야 한다. 5일만 더 있으면 이곳은 불바다가 된다.”
하고는 간데온데없이 사라졌다. 짐승들은 또 다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사자를 제외한 모든 짐승들이 멀리 피난을 가려고 했다.
하지만 사자는 계속해서 이 섬에 남겠다고 우겼다.
 
“사자, 너는 어떻게 할 테야?”
호랑이가 물었다.
“죽어도 나는 여기서 죽어.”
“같이 가자.”
“나는 안 가.”
“우정은 우정으로 받아줘야 해.”
“우정은 고맙네만 나는 내 생각대로 할 거야. 나는 걱정 말고 자네나 피난 잘 가게.”
“사자 할아버지, 같이 갑시다.” 여우가 말했다.
“고맙다마는 나는 안 가.”
“갔다가 좋은 시절이 오면 또 오면 되지.”
“또 올 걸 왜 가?”
여우도 사자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모든 짐승이 피난을 가고 난 성인봉은 정말 쓸쓸하기만 했다.
 
하루가 지났다. 이틀이 지나고 사흘째가 되던 날 사자의 엉덩이가 흔들리는 것 같았다. 그래도 사자는 이런 일쯤이야 싶었다. 나흘째 되는 날에는 사자 궁둥이가 뜨뜻해졌으나 그래도 사자는 고향을 굳게 지킨다는 생각만이 가득했다. 그래서 사자는 흐뭇하기까지 했다. 저 혼자라도 고향을 지킨다는 자랑이 몰려왔다.
닷새째가 되었다. 화산이 폭발해서 온 섬이 불바다가 되었다. 사자는 급해서 바닷물에 뛰어들었으나 바닷물도 뜨거웠다.
 
섬을 지키려던 사자, 고향을 끝까지 지키려던 사자는 바닷물 속에서 눈을 뜬 채로 굳어졌다. 화산 폭발은 한 번만이 아니었다. 굳어진 사자의 몸에 파도가 때때로 밀려왔다.
날이 가고 달이 가고 해가 갔다. 사자는 잊을 수 없는 고향을 바라보며 화석이 되었다.

지금의 남양 앞바다에 있는 사자바위가 바로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다 가도 나는 지킬 테야.
다 가도 나는 지킬 테야.
고향을 두고 가다니 어디로 가니?
죽어도, 죽어서 화석이 되어도
여기는 못 떠나. 여기는 안 떠나.
억만년 지켜보자, 억만년 살아보자.
사자는 불사신, 사자는 살아 있다.
 
그러고부터는 여기 울릉도에서 아무 짐승도 구경할 수가 없었다. 다만 돌로 변한 사자 한 마리만을 볼 수 있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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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사자바위(출처: 한국관광공사)
 
 
울릉도에는 과거 한반도에 많이 살던 호랑이나 멧돼지, 사슴 등의 큰 동물이 없다. 이러한 특성을 화산 폭발과 관련지은 전설이다. 서양인들은, 다른 동물들은 화산 폭발 때문에 모두 다른 곳으로 피신을 했지만 사자는 고향을 지키기 위해 피신하지 않고 있다가 쏟아지는 화산 불을 피해 바다에 뛰어들어 마침내 바위가 되었다는 전설을 이사부 장군의 전설보다 더 흥미롭게 느끼는 것 같았다.
 
이 책은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원어민 교사들 가운데 영어가 자유로운 사람들에게 한 권씩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