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책갈피 추가
페이지

4페이지 내용 : 4 편집자의 글 광활한 만주 벌판을 누비던 고구려의 역사는 흔히 전쟁과 정복의 연대기로 기억됩니다. 국가의 성립부터 광개토왕의 영토 확장, 수·당과의 전쟁, 그리고 멸망까지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우리는 정치적 사건과 군사적 성과에 시선을 집중해 왔습니다. 하지만 그 물결 아래에는 고구려를 이끈 수많은 인물이 있 고, 그들이 누렸던 생동감 있는 문화가 숨어 있습니다. 이번 포커스 제15호에서는 한발 물러서서 고구려를 새로운 각도에서 만나 보려 합니다. 연대기적 역사 서술의 무거움을 덜어내고 ‘인물의 이야기’와 ‘벽 화의 그림’이라는 두 개의 창 窓 을 통해 당시 고구려의 사회와 문화를 들여다 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호는 ‘이야기와 그림, 고구려 속으로’라는 제목 아래 「이야기로 만나기」와 「그림으로 만나기」로 두 개의 포커스를 구성했습 니다. 포커스 1 「이야기로 만나기」에서는 신화 속 왕에서부터 실제 역사 속 인물 까지 다양한 인물의 삶을 통해 고구려 사회의 변화를 조명합니다. 권력, 신분, 운명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가 이야기로 펼쳐지는 과정에서 독자들은 그 이 면의 고구려 사회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이정빈은 부여와 고구려의 건국신화를 나란히 놓고 비교합니다. 동명과 주 몽 신화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이방에서 온 낯선 왕’이라는 서사 속에서 두 나 라가 어떻게 왕권의 신성성과 정당성을 표현하려 했는지를 읽어냅니다. 흥미 롭게도 이 ‘낯선 왕’ 서사는 세계 여러 문명권의 신화에서 발견되는 보편적 유 형입니다. 이 서사는 동아시아에서도 부여, 고구려, 후한, 선비 등에서 왕의 권 위를 내세우는 데 활용됩니다. 다만 고구려는 부여의 문화를 흡수하는 과정에 서 건국신화를 재구성하면서 왕의 이방성과 폭력성을 점차 완화시키고, 대신 인간적이고 통합적인 측면을 강조했다는 점이 주목할만합니다.

페이지
책갈피 추가

5페이지 내용 : 5 편집자의 글 강진원은 우리에게 ‘평강공주와 바보 온달’로 익숙한 온달이라는 인물을 통 해 6세기 고구려의 사회상을 그려냅니다. 5세기 전성기를 지나 왕위 계승 분 쟁, 내란, 영토 상실로 위기를 맞은 고구려는 평원왕대에 재정비와 전환을 시 도했는데 그 변화의 중심에 온달이 등장합니다. 그는 온달이 단순한 ‘공주의 남자’가 아니라 왕의 개혁 의지 속에서 ‘왕의 남자’로 출세했음을 강조합니다. 온달이 서쪽 변방을 방어하고 남쪽을 공략한 것은 고구려의 국운 회복을 상징 합니다. 한강 유역 수복에 실패하고 전사한 온달의 삶은 개인의 비극을 넘어, 을지문덕으로 이어지는 신흥 세력의 부상과 고구려 군사정책의 전환점을 알리 는 이정표로 해석됩니다. 김진한은 7세기 고구려 말기의 집정자 연개소문을 중심으로 권력의 성격과 국가의 흥망을 탐구합니다. 귀족 세력의 저항을 무릅쓰고 정변으로 권력을 잡 은 연개소문은 왕을 교체하고 당과 신라에 맞서 국위를 세웠습니다. 그러나 폭 력적 통치와 권력 집중은 민심을 잃고 내분의 씨앗을 남겼습니다. 그가 죽은 후 아들들의 권력 다툼과 배신은 결국 고구려의 멸망으로 이어졌으며, 이는 국 가의 흥망이 외부 침략보다는 내부 불화와 불의에서 비롯될 수 있음을 보여줍 니다. 저자는 더 나아가 이를 역사적 교훈으로 삼아, 오늘날의 통치자와 국민 에게 권력의 책임과 인화 人和 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포커스 2 「그림으로 만나기」에서는 고분벽화를 통해 당시 고구려의 사회와 문화를 생생하게 복원해 봅니다. 밥상을 차리고 손님을 맞이하는 일상의 순간 들, 이색적인 유라시아 문화의 흔적, 이주민이 남긴 삶의 자국 등 벽화 속 이미 지들은 고구려가 역동적이면서도 개방적이고 온화했던 사회라는 점을 무언의 언어로 증언합니다. 김근식은 벽화에 담긴 고구려인의 식생활을 살핍니다. 고구려에는음식의

탐 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