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페이지 내용 : 2 동북아역사 리포트 1. ‘김치 종주국’ 논쟁의 시작과 내용 2020년 11월 24일 중국 쓰촨 지역의 파오차이가 국제표준화기구 ISO 의 인증을 받고 『환구시보』가 「김치 종주국 한국의 굴욕[泡菜宗主國的恥辱]」이라는 기사를 실으면서 ‘김치 종주국’ 논쟁이 시작되었다. ISO의 파오차이 규격에는 “김치는 적용되지 않는다”라고 적시되었을 뿐만 아니라 ISO 대변인이 파오차 이와 김치는 다르다며 보도 내용을 공식적으로 부정하였다. 그런데도 중국의 인기 유튜버인 리쯔치 李子 柒, LǐZǐqī 가 김치를 자국의 전통음식인 것처럼 소개하는 영상을 올리자 양국의 네티즌과 언론매체의 공 방이 가열되며 양국의 문화충돌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파오차이는 절 인 발효식품의 일종으로 몇몇 나라나 일부 지역에만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중국에는 파오차 이가 있고, 한반도와 중국의 조선족은 모두 김치라고 부른다”라는 논평을 내보내면서 사태는 일단락되 었다. 그 후로 2년여가 지난 지금 당시를 냉정하게 되짚어 보면 감정적인 대응이 앞서 논점을 제대로 짚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여전히 재발 여지가 남아 있기에 지금이라도 중국의 ‘김치 종주국’ 주 장에 대한 논점을 명확히 파악하고, 그에 따른 대응 논리를 철저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 음식도 발효를, 생각도 발효를 박채린_세계김치연구소책임연구원
3페이지 내용 : 3 동북아역사 리포트 2. 인류의 보편 문화, 채소절임 2020년 김치 기원 논쟁 사태 이후 중국의 최대 포털사이트인 바이두는 “중국 기원”1이라는 직접적인 단어를 피하는 대신 “김치에는 중국 유교의 흔적이 있고, 이것이 삼국시대에 한국에 전파된 후 여러 단 계를 거쳐 오늘날의 김치로 발전”했다고 표현했으며 김치와 파오차이의 제조법, 영양 성분, 문화적 차이 를 상세히 소개하여 두 식품의 차이점을 밝혔다. 이러한 조치는 얼핏 우리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문제가 해소된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채소절임의 발상지는 중국이므로 김치 역시 그 모태가 중국”이라는 중 화주의적 주장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아 언제든 촉발 요인이 생기면 재점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렇듯 재발 소지가 큰 기원 논쟁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채소절임의 역사적 변천 과정 및 김치와의 관계 성을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채소절임은 혹한기에 채소를 장기간 보관해 두고 먹기 위해 부패를 막는 효과가 큰 소금에 절여 두었 던 것에서 시작되었다. 소금을 많이 뿌리기만 하면 되는 이 방법은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으므로 각 문화권에서 자생했다고 보는 것이 보편적인 견해이다.2 환경조건에 따라 자생한 고농도의 채소절임은 ‘원시형 단순 절임’에 해당한다. 이렇게 탄생한 원시형 채소절임은 점차 진화하게 된다. 미생물의 활동으로 풍미와 물성이 바뀌며 원 재료와는 전혀 다른 속성으로 변하는 ‘발효’를 이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미생물의 활동 결과를 인간에 게 이로운 방향으로 진행하기 위해 유용한 미생물의 활동은 도우면서 해로운 미생물의 활동은 제어하는 적정 지점을 찾는 데 노력이 집중되었다. 이를테면 염도는 낮추고, 대신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요인들 을 제거하는 방법이 동원되었다. 이때부터가 ‘발효절임’의 시기로, 저장 기간 연장이라는 단순한 목적에 서 벗어나 관능 맛, 향, 물성 과 형태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활성화하는 단계로 접어들게 된다. 이러한 관점 으로 볼 때, ‘원시절임’에 비해 인간의 적극적 개입이 요구되는 발효음식을 “사람이 개입하지 않는 미생 물만의 영역과 사람의 지식과 행동이 개입해야 하는 문화적 작업이 결합하여 완성되는 공존의 산물”3로 풀이한 정의는 매우 적확하다. 1 당시 2020년 12월 기준 바이두의 ‘韓國泡菜’ 항목 설명에는 ‘韓國泡菜源于中國’으로 되어 있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01208016300371 2 이시게 나오미치 石毛直道 , 2005, 『어장과 식해의 연구』, 수학사, 96166쪽. 3 전경수, 2010, 「보존과 접신의 발효문화론」, 『비교민속학』 제41집,246쪽.